7/03/2018

감정노동 영원한 갑은 없다. 우리 안의 갑과 을

‘갑질’은 갑을관계의 한쪽 당사자인 갑과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 ‘질’을 결합한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국어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은 신조어지만 이미 수 년 전부터 국민들 사이에서 익숙하게 사용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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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어선 갑질의 행태
2013년 모기업 임원이 비행기 안에서 책의 모서리로 승무원을 때린 라면상무 사건이
국민들의 큰 공분을 산 바 있다. 운전기사를 폭행한 대기업 CEO와 항공사 그룹 일가의
도를 넘어선 갑질 행태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자화상을 대변하고 있다.

이외에도 직장에서 부당한 요구를 강요당하는 등 경계를 넘어서 는 일을 겪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퇴근하기 직전 ‘내일 출근하면 확인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이 야기하는 직장상사,
‘디자인 퀄리티는 뛰어나게, 비용은 저렴하 게’ 해달라는 의뢰업체, 자신이 파워블로거라며
음식점에서 무료서비스를 당당하게 요청하는 블로거 등 다양한 갑질이 직장 안팎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리 안에 내재된 갑과 을의 양면성
2015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20~60세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갑질문 제가 더 심각하다(95%)’, ‘모든 계층에 만연해있다(77%)’,
‘나는 항상 을이다(85%)’등으로 갑질에 대한 인식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갑질문화와 관련해
재미있는 결과의 설문조사가 있다.

2016년 정신의학, 사회복지학, 인류학, 심층심리학, 정신분석학 등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여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1,048명 중 75%가 ‘갑질을 가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반면
‘갑질 을 당한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66.2%가 ‘예’라고 대답한 것이다. 소위 때린 사람은 없는데
맞은 사람만 있다는 갑질에 대한 세간 의 인식이 드러나는 결과인 셈이다.

이 설문조사는 갑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한 채 갑질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한편,
을 또한 갑질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추측하게 하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 모두에게는 갑과 을의 양면성이 있는 것인데, 이를 폭력 적인 갑과 폭력을 당할 수밖에 없는
을로만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면 사람들은 서로 불필요한 상처만 주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중성을 내 안에서 잘 통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내 안에도 갑과 을의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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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들은 왜 그럴까
흔히 갑은 냉정하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상담을 하다보면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짜증, 예민, 분노, 집중의 어려움, 죄책감 등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스스로를 갑의 위치에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정신과나 상담 실에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들이 상담실 에 방문할 때는 자신의 자리가 위태해지거나 주변 사람들이 더 이상 자신을
필요하다고 여기지 않아서이다. 경험해 본 적 없는 불안이나 공포가 엄습했을 때 상담실을 내원하는 셈이다.

반대로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늘 을이 경험하는 부당함을 경험하는 것도 아니다.
내 마음대로 휘둘러도 될 것 같 은 전능감을 느끼는 상태 또는 자아가 팽창된 경험을 함으로써
갑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결국, 갑과 을을 분명히 구분 지을 수 있는
경계의 기준은 변동의 소지가 많 다는 뜻이다.

빈도수의 차이일 뿐 갑과 을 모두가 시시때때로 행사하게 되는 갑질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갑질의 오남용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의식이 결여될 때 나타 나게 된다.
자아가 팽창된 상태에서 사람들은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특별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지속하는 시간이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좀 더 길 뿐이며, 팽창되어 있는 것은
터지거나 김이 빠지기 쉽기 때문에 팽창된 상태에서 내지른 화 같 은 부정적인 표현 이후
짜증, 자괴감, 집중의 어려움이 이어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갑질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부리는 잘못된 ‘힘’은 미숙하게 사용할 경우 사리분별의 어려움과 합리적인 생각의 불능을 초래 한다.
힘의 분배가 깨어졌을 때,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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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관계 해소, 스스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해
갑질은 지금 우리 사회의 갈등을 규정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에서도
여러 형태의 갑질 사례를 보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은 비단 한국사회에서만 일어나는 특정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참고 넘어가라는 말로 이해 한다면 위험하다.

직장 내에서 경험한 갑질로 우울이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 들은 자신이 무력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상황이 변 하지 않는 한 나아질 것은 없을 것이라고 체념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을이 경험하는 갑질의 결과는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심하면 자살에까지 이를 수 있다.

때문에 갑질에 의한 상처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면, 충분한 관심을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스스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심리학 에서는 갑과 을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을 경계한다.
그 이유는 갑질 은 내담자에게 방문의 계기가 될 뿐,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러 가 지 다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섞여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에게 갑과 을이라는 두 측면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을의 입장에만 자신을 동일시 해
모든 인간관계를 가해자 와 피해자라는 구도로 왜곡하여 이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갑을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그 힘을 바르게 사용하는 것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다.

갑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무의식적 으로 상대방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점검해보아 야 할 것이고, 갑질에 지친 사람이라면 자신의 마음 속 갈등이 온전히 갑질에 의한 것인지
혹은 다른 원인도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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