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4/2013

겨울철 불청객 정전기

날씨가 추운 계절엔 걱정거리가 하나 생긴다.

자동차문이나 출입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찌릿찌릿’ 하여 손을 대기가 겁나고, 머리를 빗거나 옷을 벗을 때 ‘따닥’ 소리와 함께 머리카락이 하늘로 치솟아 놀라는 일이 다반사다.

하물며 악수를 하다가도 불쑥 ‘찌릿’함을 느낀다.
겨울이면 겪게 되는 찌릿한 손님 정전기 때문이다.


<유독 겨울에 정전기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

정전기란 말 그대로 전기가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 이동하지 않고 ‘정지돼 있는 전기’이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전기는 전하들이 전깃줄과 같은 도체를 타고 흐르는 것이다. 하지만 정전기는 전하가 흐르지 못하고 한곳에 머물러 있다.

일반 전기와 어떻게 다르기에 정전기는 전기가 괴는 것일까? 그리고 왜 유독 겨울에만 사람을 괴롭히는 것일까?

정전기는 마찰 전기의 일종이다. 마른 머리카락을 빗으면 머리카락은 빗에 달라붙어 따라온다. 머리카락과 빗의 마찰로 인해 전기가 발생했기 때문. 이렇듯 물체의 마찰로 발생한 전기를 마찰전기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물체들이 전기를 띠지 않는 이유는 전자수와 양성자수가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체를 마찰하게 되면 질량이 가벼운 전자는 영향을 받아 마찰시킨 다른 물체로 이동한다.

그 결과 전자가 이동해 온 쪽 물체는 전자를 많이 가지게 되어 음전하(-)를 띠게 되고, 전자가 나가버린 물체는 전자가 줄어들어 양전하(+)를 띠게 된다.

즉 머리카락과 플라스틱 빗이 마찰될 경우, 전자가 튀어나간 머리카락은 (+)가 되고, 플라스틱 빗은 (-)가 되어 전기적 성질을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느끼는 정전기 쇼크는 몸속에 있던 정전기가 다른 물체로 빠져나가는 일종의 방전 현상이다. 그런데 그것이 겨울철에 많은 이유는 낮은 습도 때문이다.

물분자는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정전기를 만드는 전자들을 중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습도가 60% 이상 되는 여름에는 전하가 많이 축적되기 전에 피부를 통해 공기 중의 수분으로 수시로 방전되어 정전기 현상을 거의 못 느낀다.

하지만 요즘처럼 습도가 30~40%로 떨어지면 방전이 되지 않고 몸에 쌓인다. 몸이 건조한 체질인 사람들은 더욱 심하다.

몸에 축적된 정전기는 접지가 되어 있는 쇠붙이나 다른 사람과 닿았을 때 뭉쳐 있던 것이 한꺼번에 뛰쳐나가므로 ‘탁’ 소리를 낸다.

인체는 의복과의 마찰 등으로 늘 전하가 생긴다. 그래서 사람의 몸에는 늘 전류가 흐르며 전류량에 따라 전압은 수시로 변한다.

두 사람이 접촉할 때 정전기가 생기는 것은 전압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전기가 이동하기 때문이다. 만약 두 사람의 전압이 같다면 악수할 때 정전기가 생기지 않는다. 또 일단 악수한 뒤에는 전압이 같아지므로 추가로 정전기가 생기지 않는다.

인체는 70%가 수분이기 때문에 금속처럼 전기가 잘 통해 알몸일 때는 정전기가 잘 생기지 않는다. 정전기는 양말만 벗어도 바닥으로 빠져나가기 쉽다. 따라서 아예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다니는 것은 정전기 쇼크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문명사회에 살면서 신발을 신지 않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 최근엔 구두깔창 앞쪽 바닥 일부를 전기가 잘 통하는 신소재(전도성 플라스틱이나 고무)로 만들어, 인체의 정전기가 땅바닥으로 잘 흘러갈 수 있도록 한 ‘정전기 방지 구두’도 등장했다.

<산업체 정전기는 위험 요소, 세심한 주의 필요>

일상에서의 정전기는 일시적인 쇼크로 끝나므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짜릿하게 느껴지는 정전기는 불편하긴 하지만 전류가 거의 없어 인체에는 무해하다.

몸속의 정전기가 방전될 때의 순간 전압은 수천~수만 볼트(V)에 이른다. 이처럼 고압인데도 감전되지 않는 것은 전류가 약 100만분의 1암페어로 일상생활에서 쓰는 전류의 1000~100만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체에 축적되는 전압의 한계는 약 3500볼트. 보통 남자는 4000볼트, 여자는 2500볼트 이상이 돼야 정전기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산업체에서의 정전기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발화점이 낮은 유류를 운반하는 유조차의 경우 간단한 스파크만으로 불이 붙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유조차 뒤에는 금속체인을 달아 정전기가 아스팔트로 흘러나가도록 하고 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전자 기술자들 또한 전기 회로를 설계하거나 검사, 수리할 때 정전기를 없애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반도체 회로의 부품은 민감하여 정전기 방전에 의해 파손될 수 있다. 실제로 자기기억장치의 데이터 손실은 상당 부분 정전기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전자 기술자들은 정전기가 쌓일 만한 저항이 큰 물체들을 주변에 놓지 않고, 회로 부품들을 다룰 땐 소매와 양말에 접지선이 달린 특수한 옷을 입거나 손목의 밴드를 접지된 표면에 연결시켜 전하가 쌓이면 바로 방전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정전기를 없앨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전자제품 조립업체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정전기 방지 링을 사용하는 것.

반도체 등 정밀 전자제품을 다룰 때 일어나는 정전기를 방지하기 위해 종업원들은 전선으로 연결된 정전기 방지 링을 끼고 조립 작업을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전선으로 연결되지 않은 정전기 방지 링을 만들어 내면 어떨까. 만일 소형 건전지를 이용해 -로 대전시켜 +전기를 흡수할 수 있는 정전기 방지 링이 나온다면, 그것은 새로운 유행을 낳을 이색적인 액세서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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