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2/2013

[영화 속 안전] 플라이트(Flight)

사람의 과실과 기계의 결함 사이에서

 


최근 우리나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추락해 전 국민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승무원들이 빠르고 침착하게 승객들을 대피시킨 덕분에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일부 중국인 승객이 사망하고 수많은 승객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사고의 원인은 조종사 과실인지 아니면 항공기 이착륙을 돕는 ‘지상기반착륙유도설비’의 오작동인지가 핵심이다. 영화 < 플라이트 >는 이러한 항공기 사고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무척 시의성 있는 영화이다.




흔히 항공기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사고의 과정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불의의 사고에서 주인공이 냉정한 판단력으로 어떻게 승객들을 구해내고 영웅이 되는지를 그려낸다. 이 경우, 얼마나 사고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내는지가 흥행의 관건이다. 즉, 대부분의 이야기는 하늘 위에서 펼쳐지며 지상으로 내려오는 순간 영화는 엔딩을 맞는다. 하지만 < 플라이트 >는 많은 이야기를 사고 이후의 조사과정에 치중한다.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사고 후 주인공이 지상으로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영웅과 범죄자의 두 얼굴

주인공 휘태커는 뛰어난 실력의 항공기 조종사이지만 동시에 알코올중독자이기도 하다. 그는 사고 전날, 그리고 심지어 사고 당일 비행 중에도 술을 마신다. 마침 기상상태 악화에 기체결함이 더해지면서 사고가 발생한다. 비행 중 기체가 전혀 컨트롤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상으로 곤두박질치는 최악의 상황. 부기장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지만 주신(酒神)의 가호(?)를 받은 주인공은 이상할 정도로 침착하다.
 
휘태커는 기체를 180도 뒤집는 과감한 방법으로 균형을 회복시키고, 민가를 피해 들판으로 불시착시키는 데 성공한다. 결국 그는 승객들의 사망을 최소화 하고 국가적 영웅이 된다. 전체 인원 102명 중에서 96명의 생명을 구해낸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술을 마시고 비행을 해 6명의 목숨을 잃게 한 범죄자이기도 하다.
 
영웅과 범죄자. 이 두 선택지에서 주인공의 고민은 시작된다. 물론 휘태커는 이 사고가 자신의 음주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믿는다. 사고는 기체 결함과 날씨 때문이었고, 자신이 아니었으면 모든 사람이 사망했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
 
항공기 회사와 변호사 역시 그에게 음주 사실을 결코 이야기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휘태커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조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여전히 술에 취해 살아간다. 그는 이미 알코올중독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무엇보다 중독자가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는 자기 자신을 잃었다.
 
영화는 표면적으로 항공기 사고를 다루고 있지만 밑에 깔려 있는 진짜 주제는 자신을 속이는 ‘거짓’과 ‘진실’ 사이의 갈등이다.


결함과 과실, 모두 다 인재(人災)다

영화가 막바지에 이르면 드디어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청문회가 열린다. 조사위원회 위원장은 꼬리날개에 들어가는 수평안정컨트롤 부품의 나사산이 완전히 뭉게진 자료화면을 보여준다. 정비하면서 벌써 교체했어야 할 부품이 1,200시간이나 넘게 비행하면서 아직 교체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승강타의 손실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었고, 이 때문에 안정된 비행이 불가능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사고 현장에서는 두 개의 빈 보드카 병이 발견되었다. 음주가 금지된 기내에서 보드카에 접근할 수 있었던 사람은 승무원뿐. 위원장은 주인공에게 스튜어디스인 카트리나가 당일 비행 중 술을 마셨는지 묻는다. 

휘태커는 카트리나는 비행 중 아이의 목숨을 구하려다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결국 그는 최후의 순간에 자신이 알코올중독자임을 고백한다. 술에 있어서 그동안 그는 늘 거짓말만 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자신이 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진실하게 자기 자신을 떳떳하게 마주한 것이다. 결국 그는 감옥에 갇혔지만 자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유를 얻었다고 얘기한다.

잊을 만 하면 발생하는 항공기 사고. 블랙박스를 분석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만큼 항공기 사고는 수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기체의 결함이든 조종사의 과실이든 양쪽 다 인재(人災)인 것만은 분명하다.
 
철저한 정비와 위기 상황에서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항공기 사고로부터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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