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2013

영화 속 안전 - 한국형 재난 영화의 원조, <해운대>

자연재해는 여름철 블록버스터 영화의 단골 소재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재해, 그 속에서 자신과 소중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언제나 ‘휴먼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재난의 종류도, 시련도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주인공이 그 역경을 뚫고 어떻게든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해운대> 역시 그런 재난 영화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재난 영화의 공식>영화 < 해운대 >는 하나의 가정에서 시작한다. ‘만약 여름 피서철에 해운대에 쓰나미가 닥친다면….’
상상은 참신하지만 의외로 결과는 싱겁다. 도시는 물바다가 될 것이고 해운대에 운집한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으로 마무리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몇 분 동안 물난리를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 사실 이것만으로는 두 시간짜리 영화를 끌고나가기는 무리다. 그래서 감독은 해운대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한정된 예산 때문에 선택한 방법이기도 하다. 실제로 영화 < 해운대 >는 일반적인 할리우드 재난 영화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예산으로 제작되었다. 의도가 어떻든 간에 할리우드의 재난 영화와 차별화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비록 CG는 다소 어설프지만 영화의 많은 부분은 CG가 아닌 부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한국적인 색깔을 지닌 색다른 재난 영화가 되었고 흥행에도 꽤 성공은 거두었다.


 

<부산 사람들의 휴먼드라마>

주인공 만식(설경구)은 2004년 인도네시아 지진해일이 발생했을 때 실수로 연희(하지원)의 아버지를 잃게 된다. 이 사고의 죄책감 때문에 평소 연희를 좋아하면서 고백하지 못하는 만식은 어느 날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로 결심하고 멋진 프로포즈를 준비한다.

한편 지질학자 김휘(박중훈) 박사는 대마도와 해운대를 둘러싼 동해의 상황이 인도네시아 지진해일 당시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대한민국도 쓰나미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주장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확률적으로 희박하다며 흘려 듣는다.

결국 해운대에서 겨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만식과 연희에게 쓰나미가 몰아닥친다. 물론 휴가철을 즐기기 위해 해운대를 찾은 수백만의 시민들도 모두 함께 쓰나미에 휩쓸린다.

영화는 주인공 만식 외에도 여러 주변 인물들을 함께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은 저마다 구해야 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김휘 박사는 자신의 아내와 딸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해양구조대원(이민기)은 바다에 빠진 자신의 여자 친구를 구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다.

사실 해운대는 재난영화이지만 의외로 재난 부분의 비중이 약한 편이다. 복선만 계속 보여주다가 러닝타임이 절반에 이르러야 비로소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 된다.  영화의 대부분을 감독은 인물들이 ‘구출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데 할애한다.

< 해운대 >가 재난 영화임에도 휴먼드라마로서 성공한 것은 이렇듯 등장인물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감독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은 인간을 배려하지 않는다>

< 해운대 >의 장면이 실제 상황이고 자신이 지진·해일이 엄습하는 장소에 놓여 있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 쓰나미 경보가 울리자 사람들은 가지고 있던 짐을 내던지고 높은 곳을 향해 뛰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진이나 해일 경보가 발생하면 일단은 치안 관계자들의 안내에 따라 높은 곳으로 신속히 대피하는 게 중요하다.

자동차로 이동하면 교통체증 때문에 오히려 대피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으니 도보로 이동하는 게 보다 안전한 방법이다. 또한 바다나 강이 범람하고 도시에 물이 차오르면 물보다 위험한 것이 ‘감전’이다.

영화에서는 만식과 연희가 감전을 피하기 위해 전봇대에 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실제 상황에서 그리 권장할 만한 방법이 못 된다.

전봇대 같은 기둥은 생각보다 그리 튼튼하지 않다고 한다. 지진으로 기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이런 기둥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사실 지진이 났을 때 사망자의 대부분은 건물이나 기둥이 무너지면서 발생한다.

쓰나미는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일이지만 여름철에는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해일이나 홍수가 자주 발생한다. 매년 사망자가 끊이지 않는다.

냉정하게 말하면 자연은 그저 자신의 순리에 맞게 흘러갈 뿐, 그다지 인간을 배려하지 않는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가뭄으로 극심한 고생을 할 때도 태평양 한 가운데에서는 의미 없는 비가 내린다.

살다보면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재난도 겪는다. 하지만 그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는 힘은 언제나 누군가에 대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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